월드컵 참사, 누구의 탓인가?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는 역대 최악의 성적으로 조기 탈락하며 씁쓸함만을 남겼습니다. '황금 세대'라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허망하게 무너진 원인, 세계 축구와의 격차, 그리고 향후 대표팀 재건 방안 등 묵직한 질문들이 남았습니다. 파울루 벤투 전 감독은 연합뉴스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이번 사태가 '한두 사람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진단하며, '아예 처음으로 돌아가 각자의 책임을 명확히 인정하고, 1부터 10까지 원점에서 다시 돌아보며 재건하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48개국 중 34위, 충격의 성적표
홍명보 감독이 이끈 한국 축구 대표팀은 이번 대회 조별리그에서 1승 2패, 48개국 중 34위라는 초라한 성적으로 32강 토너먼트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체코를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개최국 멕시코에 0-1로 패하고 한 수 아래로 여겼던 남아프리카공화국에도 0-1로 무릎을 꿇으며 일찍이 대회를 마감해야 했습니다. 벤투 전 감독은 '1차전 결과가 좋았기에 안팎의 기대가 더 커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축구에서 약팀이라 여겼던 팀이 강팀을 꺾는 이변은 종종 벌어진다. 이번에는 한국이 그 이변을 겪었을 뿐이고, 핵심은 이 실패를 딛고 앞으로 나아가는지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카타르의 영광과 북중미의 좌절, 무엇이 달랐나?
벤투 전 감독의 조언은 카타르 월드컵에서의 성과와 맞물려 더욱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2018년 9월 한국 지휘봉을 잡았던 벤투 전 감독은 약 4년간의 여정을 통해 12년 만의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뤄냈습니다. 당시 강호들과 한 조에 묶였음에도 물러서지 않는 주도적인 축구로 팬들의 가슴을 뜨겁게 했고, 포르투갈을 2-1로 꺾는 기적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4년 전과 지금, 무엇이 이토록 달랐던 걸까요? 벤투 전 감독은 한국 축구가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필수 조건으로 '일관성'을 지목했습니다.

성공의 열쇠, '일관성'과 '신뢰'
벤투 전 감독은 4년 전 16강 진출의 큰 동력 중 하나로 '힘든 상황에서도 감독과 코치진, 선수단 사이에 자리 잡고 있던 굳건한 믿음'을 꼽았습니다. 그는 '처음 부임했을 때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다 함께 팀 고유의 전술적 색깔을 확립하고, 서로를 이끌어가는 방식을 만드는 것이었다'며, '선수단과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체계를 다지고, 선수들이 스스로와 그 과정을 믿게 만드는 작업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었다'고 회고했습니다. '당시에도 숱한 위기와 어려운 순간들을 겪어야 했지만,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조별리그 마지막 포르투갈전을 앞둔 벼랑 끝 상황에서도 저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감독 교체 빈번한 한국 축구의 현실
벤투 감독은 지휘봉을 잡은 직후부터 패스워크를 바탕으로 공 점유율을 높이며 경기를 주도하는 '빌드업 축구'를 대표팀에 이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일관된 전술 기조 속에서 '벤투표 축구'는 서서히 완성도를 높여갔고, 월드컵이라는 가장 큰 무대에서 마침내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벤투 전 감독은 '나는 4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한 팀을 온전히 지휘할 수 있었지만, 내가 떠난 뒤 한국은 대행을 포함해 4년 동안 무려 4명의 사령탑을 거쳤다'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감독이 선수들과 신뢰를 쌓고 그들의 장점을 극대화해 확고한 경기 방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한국 축구
한국 축구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가 각자의 위치에서 본인의 역할과 책임을 냉정하게 분석하고 고민해야 합니다. 벤투 전 감독은 시스템의 연속성과 감독에게 주어지는 충분한 시간, 그리고 선수단과의 상호 신뢰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한 핵심임을 강조했습니다.

벤투 감독에게 묻고 싶다면?
Q.한국 축구 시스템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A.단순 한두 명의 책임으로 돌릴 수 없는 복합적인 문제입니다. 원점에서부터 각자의 책임을 명확히 하고 시스템 전반을 재검토해야 합니다.
Q.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과 이번 대회 탈락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요?
A.가장 큰 차이는 '일관성'과 '신뢰'입니다. 4년간 다져온 전술적 틀과 선수단 간의 굳건한 믿음이 카타르에서는 성공의 동력이었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Q.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A.감독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어 선수들과 신뢰를 쌓고 확고한 경기 방식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입니다. 또한, 협회 내부의 안정적인 운영과 구성원 모두의 책임감 있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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